[우리업계 여걸] 1. 헤드헌터 - 섬세한 눈길로 인재사냥
   2002.11.14
여성 기업인들이 맹활약하고 있다. 정보기술(IT)과 광고.홍보대행 등 '소프트 산업'은 물론 화섬과 기계 등 중화학공업 분야에서도 활약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숫자도 급격히 늘고 있고, 영향력도 커지고 있다. 협회와 각종 모임 등 여성 기업인들의 네트워킹도 활발하다. 업종별 대표적인 여성 CEO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헤드헌터 말말말…

"3년마다 회사옮겨 몸값 올리세요"

"외모보단 인상이 중요해요"

"무조건 예스맨은 곤란해요"

헤드헌터 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의 눈빛은 항상 반짝인다.'인재 사냥꾼(헤드헌터)'이란 이름에 걸맞게 이들은 '사냥감'을 찾기 위해 항상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성CEO들은 섬세함이라는 무기를 하나 더 갖고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4백여 헤드헌터 업체 가운데 여성 CEO는 15명 안팎. 다른 분야의 여성 CEO에 비해 적극적이고 도전적이다.

㈜유니코써어치의 유순신(劉純信.45)사장은 대한항공 스튜어디스 출신. 외국계 회사 두 곳을 거쳐 1992년 이 회사 부장으로 입사한지 10년 만인 지난 3월 사장이 됐다.

'고객 만족'과 '서비스 정신'을 내세우는 그는 30명의 직원을 진두 지휘하면서 우먼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劉사장은 97년 '나는 고급 두뇌를 사냥하는 여자'라는 제목의 책을 내 헤드헌터 세계를 일반에 알리는 데 일조했다. 지금도 신문.잡지에 열심히 기고하면서 업계의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성신여대 불문과를 졸업한 그는 지난 학기부터 모교에서 교양과목인 '대학생의 진로 탐구'를 강의하고 있다. 뛰어난 창의력, 풍부한 지식, 외국어 능력을 갖춰야 시장에서 팔릴 수 있다며 후배들을 독려한다.

㈜아데코코리아 최정아(崔晶娥.34)사장은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뒤 인력컨설팅 회사인 IMS.유니코써어치에서 컨설턴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94년 스물여섯의 나이에 직원 두명과 인력컨설팅 회사 '휴먼서치'를 설립, 4년 만에 매출 30억원의 회사로 성장시켜 업계에 화제가 된 바 있다.

퇴직 예정자와 실직자를 위한 재취업 프로그램인 아웃플레이스먼트 사업을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1999년 5월 세계적인 인력컨설팅 기업인 아데코 한국지사를 맡아 한해 2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면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방송국에 근무하는 남편과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배려하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 한다. 그는 "헤드헌터인 나도 헤드헌팅을 당해 연봉 3억원을 받는 CEO가 됐다"며 "인생이 즐거워지려면 헤드헌터의 표적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승녀(洪承女.48)사장은 금융.IT 분야 헤드헌팅을 전문으로 하는 ㈜P&E컨설팅을 이끌고 있다.

고려대 가정학과 72학번으로 고려대 영자신문 기자를 지냈으며 현재 고대 경영대학원(인사.조직관리)석사 과정에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뉴욕은행 서울지점.캘리포니아은행 서울지점에서 마케팅을 담당해 시장을 읽는 눈이 정확하다는 평이다. 긍정적(positive)이고 효율적(effective)인 경영을 추구한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96년 1월 회사를 설립하면서 사명을 P&E로 결정했다.

洪사장은 "21세기는 여성.감성.상상력이 지배하는 사회가 될 것이며 그 중에서도 여성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

㈜드림서어치의 이병숙(李炳叔.32)대표는 서강대 영문학과 출신으로 통역사.컨설턴트 등을 거쳐 2000년 4월 사장이 됐다. 15명의 직원을 이끌며 한 달에 50~1백명의 구직자를 기업과 연결해 연간 2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그는 "3년에 한번씩 회사를 옮기며 경력을 쌓는 것이 자신의 몸값을 올리는 비결"이라고 귀띔했다. 李사장은 "당분간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사업을 확장하는 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휴민스 이은미(李銀美.33)사장은 지난해 5월 회사를 설립해 CEO로서는 경력이 짧은 편이다. 

덕성여대 회계학과를 졸업하고 세종법무법인에서 비서로 출발, 탑경영컨설팅.케이케이경영컨설팅에서 10년간 헤드헌터로 실전 경험을 쌓았다. 

직원 6명의 단촐한 회사를 이끌고 있는 李사장은 "외형을 중시하기보다는 내실있는 회사로 키우는 것이 목표"라며 "훌륭한 남편을 헤드헌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  2002.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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